2009. 1. 4. 20:51ㆍHappy Self Acdemy
2009. 1. 4 (일)
너도 누나처럼 탈 수 있어?
딸아이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나와 아들은 배드민턴을 치기로 하였다. 해서 점심을 먹은 후 아파트 앞의 공원에 갔다. 정말 오랜만에 딸아이 인라인 타는 것을 보았는데 참 잘 탄다. 회전할 때 몸을 왼쪽으로 기울이고 오른발과 왼발이 교차하며 타는 것이 정말이지 제법이었다. 예전에 보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났다. 그래서 잘 탄다 했더니 신이 나서 한 바퀴 돌고 오겠다 한다. 알았다 하니 신이 나서 달린다. 아들과 난 배드민턴을 치다가 아들은 얼마나 스케이트 실력이 늘었을까 궁금해 물어보았다. 너도 누나처럼 탈 수 있어? 그렇다고 하였다.
심부름을 시켰다.
그래서 딸에게 아들의 스케이트를 가져오라 시켰다. 그냥 시키기 뭐해서 방금 한 바퀴 신나게 돌고 온 것처럼 한 바퀴 돈다 생각하고 가져와! 하며 시켰다. 딸아이 표정과 스케이트를 가지러 가는 몸동작에서 거부감의 표현이 나타남을 느꼈다. 그래도 참 착하다. 알았다 하고는 가져왔다. 사실 자신의 스케이트가 아닌데 가져다 줌은 싫을 수 밖에 없다. 한 바퀴 신나게 도는 셈 치라 하여 신나게 도는 거라 생각을 하여도 자신의 일도 아니고 가치 없는 심부름이라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잘못된 심부름이었다.
하지만 예원이는 흔쾌히 가져다 주었다. 그 순간 참 예쁘구나! 하는 것을 느낀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심부름을 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가기 어려운 것도 아닌데, 나와 배드민턴 치니까 스케이트 타는 셈치고 네가 가져와라. 하며 시킨 것은 딸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심부름이었다. 딸아이의 자존 감을 떨어뜨리는 심부름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가치를 부여하고, 자존 감 향상을 느낄 수 있도록 무언가 지시해야 하는데, 딸아이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몰상식한 지시를 하였다. 심부름을 시킴에 있어서도 잘 생각하고 시키리라 반성하였다.
누나가 나랑 똑같이 따라 해봐?
장원이 녀석! 누나처럼 탈 수 있다더니 영~~~ 아니었다. 그런데도 회전을 하면서 누나와 똑같다고 자꾸 우긴다. 그래서 뭐가 똑같니? 전혀 안 똑같고만…… 넘어지는 것 두려워 말고 타야 해! 넘어지면 일어나고 또 넘어져도 일어나야 누나처럼 잘 타게 되는 거야! 하고 한마디 하였다. 그러자 잘 타는데 왜 그래? 하는 억울한 표정으로 녀석 하는 말이 “그럼 누나가 나와 똑같이 해봐!” 하하하 어찌나 우습던지…… 잘하는 것을 똑같이 따라 하기 힘들듯이 못하는 것도 똑같이 따라 하기가 힘들 수 있겠다 싶었다. 못하는 것은 못하는 것대로 인정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음치를 그대로 따라 하기 정말 힘들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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