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5 (토)
그냥 두 시간 딴 생각으로 앉았다가
공연 끝 무렵 휴~~ 이제 끝났다는 시원함에 일어나서 나왔다.
내 기준이었을까? 아이들의 눈 높이도 모르고,
내가 좋아 아이들도 좋아하려니…… 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두 녀석
어제 점심시간에 우연히 관람하게 된 ‘피아노와 이빨’ 공연이 너무 좋아 집에 오자 마자 티켓을 샀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였다. 저녁 7시 공연이었다. 남양주에서 압구정동까지 가려면 꽤 거리가 되었기에 저녁도 안 먹고 5시에 출발하였다. 잠실 근처에 도착하였는데 어찌나 차가 밀리던지 동료의 돌잔치 초대에 대한 약속은 지키지 않고, 공연을 보러 가고 있는 나의 약속 어김에 대해 하늘이 꾸중하는 듯 했다. 너무도 차가 밀려 도저히 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송파전화국에 차를 대고 전철을 탔다. 내 사랑하는 두 녀석들은 신이 나 있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장난질 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렵사리 10분 전에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계속해서 피아노 연주만 있자 두 녀석 모두 실망한 눈치였다. 딴에는 전에 보았던 어린이 뮤지컬로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해서 나는 “조금 있으면 이빨이 있을 거야! 옛날 얘기야! 정말 재미있어! 조금만 참아!”하며 달래고 달랬다. 딸 아이의 요구에 따라 전기도 해 주고, 손 바닥 간지럼도 해 주었지만, 이리 뒤틀고, 저리 뒤틀고 하다가 누워 자려고 한다. 신경이 쓰여 도저히 공연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연주자와 하나가 될 수 없었다. 또 아내는 비싼 돈 주고 티켓을 샀는데, 아이들이 보지 않자 보게 하려 애를 쓰고 있었다. 괜히 답답했다. 재미 없어 하는 듯 하여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괜히 비싼 돈 주고 밤 늦은 시간, 생 고생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또 아내와 단 둘이 올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드디어 연주가 끝나고 이빨이 시작되었다. 어제 점심 때 많이 웃고, 큰 감동을 느꼈던 기억에 “정말 재미있어 하겠지!” 하였는데, 아들 녀석 하는 말이 “이게 무슨 옛날 얘기야! 재미도 없고 만……”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도저히 공연에 몰입이 안되었다. 그냥 두 시간 딴 생각으로 앉았다가 끝났다는 시원함에 일어나서 나왔다. 내 기준이었을까? 아이들의 눈 높이도 모르고, 내가 좋아 아이들도 좋아하려니…… 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가족 시간을 가짐에 내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고 강요한 꼴이 되었다. 그래도 아내는 내게 고맙다고 한다. 역시 아내뿐이다. 고맙고 사랑한다. 아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