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다가가 ''''엄마!'''' ''''아빠!'''' ㅋㅋㅋ

2007. 9. 20. 08:28Happy Self Acdemy

지난 늦 여름 대둔산 가는 길에 만들었던 초록 편지지이다.

난 여백을 좋아한다...

멋진 초록 여백에 나의 마음을 써 본다...


2007 9 19

감사합니다.

어제 아침의 일이다. 분당 파견 첫 출근이란 생각에 아침 일찍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분당에 가는 것이 처음이라 어디서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 준비를 해야 했지만, 대충 감으로 잠실에서 갈아타면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잠실 가는 버스를 탔다. 초행길이기에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디에서 몇 번 버스를 타야 분당에 가는지 물어봐야 했다. 준비되지 않았음을 반성한다. 이 사람 저 사람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우여곡절 끝에 KT 본사 앞에 가는 버스를 타게 되었고, 도착지에 도착 할 무렵 내려야 할 곳을 몰라 기사님에게 물어 보았다. “이 버스는 KT 본사 앞까지 가니까 그냥 앉아계세요. 조금 더 가야 돼요.” 대다수의 사람들 말에서 느껴지는 바쁨과 귀찮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퉁명한 말투였다. “뭘 물어보기가 겁난다니까!” 라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가 본사 건물이 나타나길래 일어서서 하차를 위한 벨을 눌렀다. 아마도 기사님 생각일 것이다. “조금 더 가야 하는데, 어련히 내가 가르쳐 줄 텐데, 저 양반 참 성미도 급하네! 진짜 짜증나네!” 하는 투로 여기가 아니고 다음에 내려야 해요.” 하는 짜증 섞인 기사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기사님께 사과와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 기사님께 가까이 다가가 정말 감사합니다.”하며 인사를 드렸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기사님의 표정변화! 그와 동시에 내게도 알 수 없는 미묘한 기쁨이 흘렀다. 기사님께 가까이 다가가서 전한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기사님의 표정을 변화 시켰고, 나를 기쁘게 하였으며 한편으로 나를 자랑스럽게까지 느끼게 하였다. 평소 행하지 않은 행동을 했음에 두근두근 심장 박동도 느껴졌다. 소중한 버스 안에서의 시간이었다.

사랑합니다.

오늘 아침 출근 길에 모처럼 대전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 통화가 끝날 때 마다 느꼈던 거지만, 오늘도 역시 미묘한 느낌이 있었다. 전화 통화에 있어 엄마와 나의 차이가 무엇일까? 엄마라는 사람의 입장과 아들이라는 사람의 입장에 있어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나는 계속해서 ! ! !” 엄마는 계속해서 나에 대한 걱정과 관심 어린 질문! 나는 던질 질문이 없어 늘 똑 같은 집에 별일 없죠?”라는 단 하나의 질문인데 반해 엄마는 내가 전화를 끊을까 봐 불안해 하며 숨가쁘게 던지는 사랑 가득한 질문, 그러면서 혹여 길게 전화를 잡고 있으면 내게 방해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불안한 목소리, 엄마의 사랑과 마음이 그 말투와 떨림에서 느껴진다. 아빠와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엄마와의 차이와 별반 다름이 없다. 나는 늘 사무적인 격식체 말투로 ! ! !” 이고 아버지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워떠냐? 괜찮지? 그럼 됐다. 얼릉 들어가이!” 하는 말과 함께 마음으로 느껴지는 길지 않은 대화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조금 더 길게 통화를 했으면 하는 아버지의 목소리 톤과 그 느낌! 나와 함께 하고픈 아버지의 사랑과 마음이 전해진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전화하는 내내 엄마와 아버지는 아들인 나에 대한 배려로 -혹여 부담일까 하는 마음 씀- 누군가 뒤에서 쫓아 오는 것처럼 목소리에 불안함과 떨림이 젖어 있고, 난 단지 그 목소리에서 사랑을 그냥 느끼고 전해 받을 뿐 그 어떤 마음도 전달하지 못했다. 늘 그렇다. 언제나 엄마와 아버지는 채무자이고 난 그냥 마음씨 좋은 채권자였다. 전화 통화 때면 항상 두 분의 나와 함께 하고픈 사랑을 느끼면서도 난 늘 관대한 채권자였다. 정말 못된 나를 반성한다. 이번 추석 때 엄마와 아버지에게 어떤 사랑을 전해 볼까?

나의 영원한 봉! 엄마와 아빠!” 나이 40이 다 되어 가는데 엄마! 아빠! 하니까 약간 쑥스럽고 어색한 느낌도 있다. 솔직히 엄마 옆에 가까이 다가가 엄마!” 하고 부른다고 생각해 보니 창피한 마음이다. 또 아버지 뒤로 슬며시 다가가 아빠!” 하고 부른다고 생각을 해보니 쪽 팔린다고 해야 할까! 부끄러울 것 같은 생각이다. 특히 사내 자식인데 하는 마음에 더 쪽 팔린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란 말이 나는 좋다. 내게 있어 김순호라는 사람의 이름은 엄마이고, 이정기라는 사람의 이름은 아빠이다. 그래서 엄마라는 이름이, 또 아빠라는 이름이 나는 좋다. 만약 아무 이유 없이 엄마와 아빠 옆에 가까이 다가가 엄마!”하고 부르고, 아빠!”하고 부른다면 엄마와 아빠는 좋아할까? 한 번 미친 척 해보겠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