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1. 11:46ㆍHappy Self Acdemy
2008.08.07(목)
새벽녘 텐트 옆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일어나 보니 7~8명 되는 사람들이 삼각대를 받쳐 놓고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새벽 아침은 날씨가 안 좋아 일출이 없었는데 오늘은 무척 좋았다. 고마운 사람들 하면서 벌떡 일어나 채비를 하였다. 남들은 숙소에서 내 집(텐트) 옆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난 그 사람들의 부스럭거림 덕분에 일어나자 마자 바로 일출을 맞이하게 되었다. 참으로 감사함이다. 카메라 셋팅을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해가 떠올랐다. 붉게 물든 수평선 너머로 빨간 해가 뽈록 솟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추암의 형제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찍을 수 있으니 더없이 기뻤다. 엊그제는 그 유명한 추암 야경을 담고 오늘 새벽은 일출 사진까지 담았으니…… 이번 여름 휴가는 다시 경험하기 힘든 출사 여행인 듯싶다. 모든 것에 감사한다.
야영을 접으며……
학창시절 성당에서 여름 수련회를 가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밥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등의 귀찮은 일들로 하루가 짜이건만 왜 그렇게 그것이 재미있던지…… 정말이지 야영은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 힘들었다. 거의 20년 만에 하는 야영인데 새로움으로 인한 기대감만 있었을 뿐 막상 닥치니 힘듦이었다. 휴가를 통해 쉬면서 재충전을 하러 온 것이건만 마치 고생하러 온 듯한 기분도 들었다. 정말이지 만사가 귀차니즘이었다. 헌데 아내는 재미있다고 한다.
여름 휴가 전 나의 월간 계획표에 이번 여름 휴가는 “봉사하는 날들”이라 적어놓고 다짐했었다. 그래서 많은 부분 귀찮고 짜증이 났지만, 그때마다 속으로 “봉사! 봉사! 봉사!”하고 외치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밥하고 설거지를 하였다. 그렇게 봉사하는 내게 아내는 감사한가 보다. “휴가=봉사하는 날들”이란 나의 출발 전 다짐을 모르는 아내! 아마도 웬일인가 싶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힘듦이 기쁨이 된다.
투게더
어릴 적 학창시절엔 맘에 드는 여학생과 함께 하고픈 마음에 두 손 번쩍 자청하여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였는데, 20년이 지난 지금은 말로만 사랑했지, 희생하고 봉사한단 생각으로 참아가며 설거지와 밥을 하였다. 우스운 것은 어릴 적 설렘으로 자청했든, 지난 며칠 봉사하는 맘으로 참고했든 나의 의도는 달랐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투게더 즐거움”과 “투게더 행복”은 똑 같다는 것이다. 정말 행복한 야영이었다. 내년 휴가도 이처럼 즐겁고 행복해야겠다. 나의 힘듦과 양보가 투게더를 만들고 그로 인해 서로의 행복이 됨을 알았으니…… 이제는 항상 행복할 것만 같다.
야영을 마치고 7번 국도를 따라 휴양소로 이동을 하는데 한국의 나폴리란 간판이 보였다. 내려서 보니 장호 항이었다. 비록 나폴리를 본적이 없지만 그야말로 나폴리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맑고 아름다웠다. 내려서 사진을 찍는데 즐겁고 즐겁다. 야영의 귀찮음에 머리도 안 감고 샤워도 걸러 온 몸이 찐득찐득 괴로웠지만 기분만은 최고였다.
아내가 비용을 아껴야 한다며 가다가 그늘 아래 자리잡고 라면을 끓여먹자고 한다. “걍 사먹지…… 무슨 라면?” 하면서도 재미있겠다 싶어 적당한 곳을 찾는데 푸른 바다란 이정표가 보였다. 무작정 가다 보니 진짜로 파랗고 정말로 맑은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늑한 어촌 마을이 나타났는데 언덕으로 조금 더 올라가자 영덕의 풍력발전소가 보였다. 산 정상에 수 많은 바람개비들이 있었는데 아들 왈! “거인의 팔랑개비겠지?” 한다.
정말이지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운 좋게 풍광 좋은 곳이 내 앞에 나타나는 건지 아니면 동해안 어느 곳이나 아름다운 건지 모를 정도로 멋진 곳만 찾아 다닌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라면을 끓여 먹자던 알뜰 주부 아내의 입에서 내 생각과 똑 같은 말이 나온다. 이렇게 멋진 곳도 공짜인데 삼양목장은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받는대! 이제 삼양라면 안 먹어! 하하하. 솔직히 삼양목장보다 더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연산온천 파크텔
드디어 휴양소다. 온천이기에 야영의 피로를 한번에 씻을 수 있었다. 신나지 않을래야 신나지 않을 수 없다. 찌든 피로가 한방에 싹 가셨다. 숙소는4평 남짓한 작은 방이었지만, 텐트 안의 아늑함을 경험해서 인지 커다란 대궐 같은 넉넉함이 느껴졌다. 눕자마자 그대로…… 달콤한 꿈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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