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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만 하라고 해!

행복합니다... 2007. 10. 21. 11:02

2007.10.21 (토)

아무리 좋은 맘으로 돕는다 해도 아내의 성질을 돋우는 말이 있다.

나 같은 남편이 어디 있어!” ,“나만큼 만 하라고 해!”이다.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옴은 분명 생색이다.

얼마나 가사노동을 해 봤다고 코 딱지 만큼도 안 되는 도움 주면서

나만큼 만 하라고 해!”라는 말을 했으니

그 동안 얼마나 내가 미웠을까를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나만큼 만 하라고 해!

결혼 생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아내 혼자서 어딘가를 가본적이 없었는데 오늘 성당에서 피정을 간다면서 12일로 집을 떠났다. 아이들 라면 끓여 먹이지 말고 꼭 밥 해 먹여! 냉장고에 이것과 저것 있고 찬장에 참치 있으니까 먹으려면 먹고, 뒷 베란다에 김 있으니까 잘라서 먹이고 등등 불안한 것이 많기도 한가 보다. 평소 내가 그렇게 못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윤선생, 독서록 쓰기, 문제집풀이, 줄넘기 그리고 일기 등은 매일 거르지 않고 애들이 하는 것이니 꼭 챙겨서 하게 해! 칠판에 적어 놓았으니 잊지 말고 꼭! 하면서 현관문을 나선다. 그런 아내에게 과거의 여느 때처럼 짜증내며 소리쳤다. “! 나만큼 만 하라고 해! 걱정하지마!”

나도 역시 피정

아내가 없는 집에 나 혼자 있었던 적은 많았다. 하지만 아내 없는 집에 두 아이들과 나만이 함께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떠나는 아내의 뒤에 대고 당신 대신 엄마 노릇하며 나도 피정을 할거야! 당신 삶을 느껴볼 거야! 라며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아내는 떠났고

아내는 떠났고 나와 사랑하는 두 녀석만 남게 되었다. 누군가가 있다가 없어지면 반드시 그 흔적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 있게 마련이라 했던가? 아내의 말 그대로 아이들과 함께 저녁 밥을 해 먹고, 윤선생 등 해야 할 공부도 하고,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Mart도 다녀 왔다. 집에 도착해서는 우리 딸 녀석 줄넘기 1000개를 세어 주었고 아이들 일기를 쓰게 하였다. 조금 전 딸 녀석의 줄넘기를 할 때 일이다. 줄넘기를 한 700개 정도 했는데 갑자기 녀석이 속이 울렁거려 못하겠어!” 한다. 이 녀석이 엄마 없다고 잔꾀를 부리는가 보군! 이라며 기다릴 테니 끝까지 해!” 하며 압박을 가했고 결국 1000개를 다 하였다. 정말 대단한 나의 딸이다. 약 두 달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해내고 있으니…… 그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

침대에서 셋이 잠을 자던 중 딸 녀석이 그대로 토를 하였다. 다행히 침대 아래에 토를 하여 씻기고 치웠다. 새벽 2시경인가 또 다시 토를 하였다. 이번에는 자면서 그대로 베게 위에 토를 하였다. 침대 시트도 벗겨내고 베게도 치우고 아이를 또 다시 씻긴 후 바닥에 재웠다. 아이의 몸 상태가 염려되었지만 너무 늦은 시각이어서 그냥 그대로 재웠다. 아까 전 줄넘기 할 때 딸 녀석의 울렁거려!”라는 말이 잔꾀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정말 미안했다.

빈자리

아내의 빈 자리를 한 없이 크게 느꼈다. 아이들도 엄마의 빈 자리를 느끼는 듯 하다. 딸 녀석의 밤샘 토! 엄마가 없다는 것을 딸 녀석의 몸도 알고 있는가 보다. 딸 녀석이 안쓰러웠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 중에 아들녀석은 그런다. 촉촉하게 눈시울을 붉히며 하는 말! 나 밤에 엄마 꿈 꾸었다. 아들녀석이 참 기특했다. 그리고 이뻤다.

밤새도록 딸 녀석의 토로 인해 치우고 씻기고 하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 아래서 자고 있는 딸 녀석을 보았다. 다행히 잘 자고 있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죽을 끓였다. 아이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어휴~~!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어제 토를 하여 버린 이불, 베게, 침대 시트, 아이와 내 옷을 빨아야 하고, 아침 밥을 먹다가 못 먹겠다며 남긴 죽을 비롯하여 각종 그릇을 설거지 해야 하며, 질질 토를 흘린 바닥을 다시 잘 닦기도 해야 하고, 아이와 함께 만드는 가족 신문도 만들어야 하니 참 일이 많고 많다.

진실로 사랑하건만,

진실로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 진심으로 아내를 돕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귀찮음과 게으름에 사랑한다는 마음뿐 실천으로 잘 행해지지는 않는다. 가끔 한 번씩 설거지와 빨래, 그리고 방 청소 등을 도울 때면 늘 나 같은 남편이 어디 있어!” “나만큼 만 하라고 해!” 등의 꼴 같지 않는 생색만 낼 뿐이었다. 그런 어리석은 생색에 아이고, 하지마! 내 버려둬!” 라며 소리치던 아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정말 우습다. 나 같아도 아내처럼 얼굴 붉히며 하지마!”라고 외쳤을 것 같다. 아니 아내보다 더 큰 성질과 짜증을 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돕고자 하는 진심이 있어 돕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맘으로 돕는다 해도 아내의 성질을 돋우는 말이 있다. “나 같은 남편이 어디 있어!” “나만큼 만 하라고 해!”이다.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옴은 분명 생색이다. 아무리 열심히 도와 줬어도 생색일 뿐이다. 얼마나 가사노동을 해 봤다고 코딱지 만큼도 안 되는 도움 주면서 나만큼 만 하라고 해!”라는 말을 했으니 그 동안 얼마나 내가 미웠을까를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지난 과거의 어리석었던 나를 반성한다. “나만큼 만 하라고 해!”라는 말을 내 마음 깊숙한 곳에 파 묻어 입 밖에 꺼내지 못하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