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Self Acdemy

표정은 웃고 있지만,

행복합니다... 2007. 11. 4. 06:59

2007.11.03 (토)

맨 마지막으로 정상에 도착한 내게 박수가 쏟아졌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그야말로 뒈지는 줄 알았다.

큰 소리로 후아! 후아! 하고 외치며 마음을 잡아 보려 노력했어도

싫다는 첫 마음은 계속해서 날 꼬이게 만들었다.




표정은 웃고 있지만......

가기 싫다.

며칠 전 회사 산악회에서 월악산을 가는데 함께 가자 하시는 부장님의 말에 몇 번 거절하다가 교육 4개월로 인해 다소 삐진 부장님과의 관계를 원점(좋았던 관계)으로 돌리고자 알겠다고 하였다. 이전에 산악회 등산을 두 번 따라가 봐서 힘들고 괴롭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가고 싶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일어나기는 새벽 445에 일어났지만 우면동 회사에 7까지 도착해야 하는 관계로 성찰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준비하여 5시 15 집을 나섰다. 차가 고장 나 공장에 들어가 있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회사까지는 적어도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이다. 30분이 되어도 버스는 오질 않고 날은 춥고, “전화해서 못 간다고 얘기할까! 아냐, 뭘 못 가? 약속은 지켜야지!” 하는 마음 속 갈등을 수도 없이 많이 하였다. 40분이 되어 아! 버스가 안 오네! 라는 핑계로 다시 집으로 발을 돌리려 하는데 버스가 도착하였다. 도착한 버스가 얄미울 정도로 가기 싫었다.

뒈지는 줄 알았다.

월악산 입구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자 눈 앞에 펼쳐지는 가을 단풍이 야~~~! 소리를 절로 나게 하였다. 신이 나서 카메라를 꺼내 들고 좀 찍으려는데 자, 올라갑시다. 하는 것이 아닌가? 늘 그래왔듯이 사진기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괜히 짐만 되었다. 소변도 못 보고 출발하여 끝도 없이 오르는 오르막 길에 정말 뒈지는 줄 알았다. 한 삼분의 일 지점인가 지나는데 다리에 쥐가 났다. 이전에는 거의 정상 앞에서 쥐가 났었는데 이번엔 얼마 가지 못해 쥐가 나니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동료들이 파스를 붙여 주고 주물러 주고 하는데 정말 미안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 그러니까 내가 안 간다고 했는데……”하는 짜증스런 마음도 들었다. 정말 난 나쁜 놈인가 보다. 어쨌든 조금 가서 선옥규 과장님(산행을 할 때 마다 내 옆에서 도움을 주시는 고마운 분)과 둘이 하산하라는 말에 난 그럴 수 없었다. 출발을 안 했으면 모를까 출발을 했으니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꾸역꾸역 한 발 한 발 내 디뎌 결국 정상에 올랐다. 맨 마지막으로 정상에 도착한 내게 박수가 쏟아졌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그야말로 뒈지는 줄 알았다.

하산 길

하산하는 길은 더 멀었다. 그 놈의 덕주 골은 정말이지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먹은 것도 없는데 소화는 안되었고, 땀으로 체내의 수분을 흘림에도 영 찜찜하게 마려운 소변, 쥐 내린 다리와 수 없이 많은 계단으로 인한 무릎 통증까지 어떻게 백숙 집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총 길이 11Km 7시간 산행이었다. 백숙 집에 도착하자 창곤 과장이 말한다. “~~! 이종운 너 어떻게 왔냐? 정말 대단하다.” 하면서 박수를 쳐 주었다. 똑 같이 등반을 했는데 왜 나만 박수를 받는지…… 참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박수 받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니 정말 좋았다. 그래서 이렇게 세 번째 등반을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근데 대둔산 도립공원도 케이블카가 있는데 월악산은 국립공원이면서 왜 케이블카도 없는 거야?

등산을 할 때면

등산을 할 때면 꼭 무언가 한 가지씩 느끼곤 하였다. “꼴찌가 더 아름답다.” “목표점을 알고 가면 훨 수월타.” “주변 동료를 보지 말고 정상을 향해등등 많은 것을 느끼곤 하는데 오늘도 역시 느낀 것이 있다. “시작 전 싫다는 마음은 내내 괴롭힌다.”이다. 등산 출발 전 싫다는 내 마음이 백숙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내가 미쳤지~~! 하는 소리가 등산 내내 입에서 흘러 나왔다. 큰 소리로 후아(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알파치노의 그 멋진 목소리)! 후아! 하고 외치며 마음을 잡아 보려 노력했어도 싫다는 첫 마음은 계속해서 날 꼬이게 만들었다. 정말 신기했다. 그렇게 걷고 걷는데도 소화가 안되고 머리가 아프니 첫 마음의 영향이 아닐 수 없었다. 언제나 첫 마음을 기분 좋게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의 겨울등반! 싫다는 마음도 앞서긴 하지만 앞으로 즐거운 마음의 등반이 되기 위해 몸 관리를 해야겠다 다짐도 해 본다. 그리고 오늘 함께 등산한 모든 동료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내 치닥거리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며 둔한 나를 반성한다.